9월 09, 2007

일요일 저녁

후배 결혼식에 참석했다. 작년에 입사한 47기 후배인데, 업무적으로 연관된 코닝 여사원과 몰래 교제를 시작하더니 사귄지 얼마 안되어 청첩장을 돌렸다. 아무 의미 없는 회사생활 속에서 그 친구가 그래도 한 건 했구나 싶었다. 회사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신랑을 축하해주고, 예식을 보고,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군에게 겜 하자고 전화했더니, 이군 역시 다른 결혼식에 참석하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참 어색하다. 친한 친구들(조군, 이군, 성수군)을 만나면 늘 편안하고 부담이 없지만 회사사람들, 그것도 나이 많은 과장이 아니라 내 또래, 특히 나보다 직급이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면 참 어색하다. 대화를 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사실 대화라는게 별거 아닌데, 그냥 사소한 얘기에서 시작해서 친해지는 법인데 영 소질이 없다.
가장 좋은 시작은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난 이런 사람이다 라고 상대방에게 나를 허무는 모습이 필요한데 난 나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 내 인생이 너무나 따분하고, 그래서 말할 건덕지가 없는 것일까? 아님 나에 대해 말하기가 싫은 걸까? 주위에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단점을 스스럼없이 털어 놓으면서 자신에 대해 말을 한다. 물론 너무 자기 얘기만 하면 안되고, 적절히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주면서 대화를 진행하는데, 난 늘 주위사람 얘기를 하거나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거나, 아님 아무말 하지 않고 어색한 분위기만 연출한다.

생각해보면 성수군과 만나면 늘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전혀 지루하지 않다. 취미가 같아서 그런것일까 아님 너무 편해서 부담이 없어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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