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 2008

최악의 날

최악의 날이다. 큰아버지 상을 치루고 쉴 틈도 없이 출근한 탓도 있겠지만, 그 동안 마음속에 계속 쌓이고 쌓인 복잡한 감정이 오늘 폭발했다. 이 나이가 먹도록 내가 정말로 원하는게 뭔지 결정하지 못한 나 자신이 싫었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수동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나 자신이 싫었고, 사람과의 관계가 영 서투른 나 자신이 싫었고, 나를 이렇게 어리버리로 만들어버린 이 팀, 이 회사, 이 환경이 싫었다. 여기 있기가 미치도록 싫은데, 있을 수 밖에 없는 내 한심한 실력을 한탄해봤자 무슨 도움이 될까, 설령 다른 곳으로 간다해도 지금의 불만이 사라질까, 등등을 계속 되뇌었다.

회사생활 이렇게 하면 안되는데.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지만, 그 안에서 자그마한 행복이라도 찾아가면서 희망의 빛을 발견해야 하는데, 지금 나에게는 자그마한 행복도, 희망의 빛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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