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02, 2007

중간점검

이 시점에서 중간점검을 해야 겠기에 이 글을 쓴다. 아래 엑셀로 계획을 세운 일정은 이미 무의미해졌고, 회사에서도 눈치 봐가며 공부를 하고 있지만 과연 이래서 시험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심리적으로는 공황 상태이다. 학원 사이트에 가 보면 전업주부 아줌마가 올 7월에 네과목을 한번에 합격해서 합격수기를 올렸는데, 그 글을 본 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과연 능동적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건가?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그냥 해야겠기에 하고 있는건 아닌가?

일단 문제는 깊게 공부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해를 하고 암기를 하는 것이 모든 공부의 기본이며 나도 나름대로 이해를 하고 암기를 한다. 오늘 계획을 세우고 공부하기로 결정한 부분을 이해하고 암기한 후에 뿌듯한 마음으로 잠을 잔다. 하지만 워낙 여러과목을 시험봐야 하기에 한 과목을 매일매일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보통 3일 정도의 텀을 두고 진행하는데, 3일만에 다시 교재를 보면 지난번에 공부한 내용은 이미 외계어가 되어 내 눈 앞에 다가온다. 휘발성이 워낙 쉬운 분야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금새 잊어버리는 것은 아마 위에서 언급한 "이해" 와 "암기" 중에 "이해"에 문제가 있어서 일 것이다. 암기가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채 얕은 지식으로 이해를 하고 그 후에 암기를 하니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내 머릿 속에서 다 날아가 버리며, 문제를 풀어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다.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한번 공부한 내용은 모두 다 알지는 못할지라도 상당수를 기억해 내야 하며 시간이 얼마 안남은 지금의 내 입장에서 그것은 필요조건이다. 손도 못대고 있는 과목도 상당수이며 중요한 과목들이라 판단한 과목들은 손을 댄 상태지만 어느 하나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미치겠다. 어제 밤에는 책상에 앉아서 허무한 마음에 맞은편 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래서 몇가지 방안을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세과목을 건드리기로 했다. 한 과목을 손을 떼지 않고 계속 주기적으로 보는 것, 여기서 본다는 말은 진도를 계속 나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복습을 병행하는 것이다. 그래야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휘발성 짙은 녀석들을 내 머릿속에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계속 되새김질을 해야 한다. 그래서 회사 오전시간에 한과목, 오후시간에 한과목, 그리고 집에서 한과목 내지 두과목, 이렇게 하루에 세네과목을 매일 돌려봐서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또 내용을 숙지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와일리 연습문제를 여러과목을 돌려가면서 풀어야 한다. 한 과목을 공부한다고 그 과목의 그 단원만 문제를 푸는것이 아니라 여러과목을 여러단원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감각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제 석달이 안남았다. 1월을 제외하곤 두달이 남았다. 한번에 붙어야 한다. 부분합격은 절대 없다. 시험에 붙어야 2008년 내 인생계획의 시작이 순탄해진다.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한다. 집중만이 살길이다.